무대공포증 가진 사람이 발표 PTSD 극복하는 법

대학교 때 연극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은적이 있다. 수업을 듣기전엔 이론수업인줄 알았는데, 기말고사에는 연극을 하나 선택해서 직접 연극을 해야하는 무시무시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극이라고는 교회에 다닐 때 사람들 앞에서 까메오로 출연한적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발 비중이 적은 역할을 하길 빌었다. 그리고 주인공 역을 맡았다.^^


지금이었으면 '큰일났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겠지만,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연극을 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기말고사(연극발표)날이 되었다. 우리 조 차례가 되어서 사람들 앞에 섰고, 나는 바로 패닉에 빠졌다. 교회에서 연극을 할 때에는 조명이 어두워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연극은 달랐다. 강의실 한개 공간에서 불도 다 켜진 상태로, 30명 이상의 인원이 5m 남짓 거리에서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연극이 시작하자마자 나는 패닉에 빠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칼처럼 다가와 나에게 꽂혔고, 나는 발가벗은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열심히 외운 대본을 국어책처럼 말하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는 연극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이 했던 한마디가 떠오른다.
"보는 사람이 다 떨리는 연극발표였네요, 그래도 끝까지 노력해서 발표를 잘 해줬습니다"
나는 그냥 '망했다'라고 생각했고, 조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이게 벌써 7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손에 꼽을정도의 경우 중 하나의 일이 저번주에 다시 시작되었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매주 발표를 해야하는 과제를 맡았기 때문이다.


발표를 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은 나는, 아직 발표 자리에 서지도 않았는데 실패 경험이 떠올라 PTSD가 오려고 했다. 대학교때 실패 경험이 무대공포증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마음가짐이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환경이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들었다. 발표라는건 서바이벌 과제 중 하나이고, 서바이벌에서 떨어진다면 백수가 되기 때문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발표를 성공적으로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발표 전, 대본을 만들고 집에서 무한반복해서 연습했다. 내가 발표자리에 나가는것을 상상하며 긴장감을 유지한 채,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바로 말할 수 있을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출, 퇴근 시간에 들으면서 다시 연습했다.


그리고 발표 날, 사람들 앞에서자 내 머릿속은 다시 하얘졌다. 하지만 연극발표를 할때와는 달랐다. 무의식으로도 내가 외운 대본을 말할 수 있을때까지 연습했기 때문이다. 발표를 하면서도 긴장감때문에 손, 다리가 떨렸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발표를 해냈다.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 한번 하지않고 발표를 끝마쳤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성과였다. 주위 동료분들도 긴장한게 하나도 안 느껴졌다고 말해주셨다.(지금 생각하니 다들 너무 착하셔서 좋게 말해주신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발표를 한번 더 했다. 첫번째 발표를 몰입하여 준비한 탓인지, 첫번째보다 발표 연습 시간은 줄어들었고, 좀 더 내용에 집중하여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손, 다리가 떨리는건 여전했다. 두번째 발표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세번의 발표가 더 남아있다. 나는 아직도 발표가 두렵다. 하지만 이제 발표를 마냥 두려워하지만은 않을것이다. 내가 했던 연습, 그리고 실전발표,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통하여 발표능력도 나의 타이탄의 도구 중 하나로 만들것이다. 30일동안 글쓰기 챌린지를 하면서, 글쓰기 체득화에 가까워진것처럼 발표연습, 실전발표, 피드백을 통하여 더 성장할 것이다.


최근 '인스타 브레인'이라는 책에서 발언공포증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내용을 보아서 내용을 추가한다. 나와같이 무대공포증이 심하다면 아래 링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회사에서 거의 1주일에 한번씩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제 발표가 거의 두렵지 않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책의 내용을 통해 내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 분석하고 원인에 대한 해답을 내면서 발표에 대한 두려움 자체를 많이 극복할 수 있었다.
https://100lv.tistory.com/m/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