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컬럼 -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 수 있는 필살기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사실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인원 한명이 없어진다고 해서 안 돌아가는 회사라면, 제대로 된 회사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소규모 회사에서 핵심적인 인력이 없어지거나, 대표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한명이 없어진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은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도대체 어떤 사람이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일까요?
제가 전 직장에서 일을 할 때 팀내/외에서 모두 유능한 능력자라고 평가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저희 바로 팀장님이었습니다. 팀장님이 유능한 직원이라고 평가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직원들에게 '모든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팀장님은 회사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상황, 문제 해결 방법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과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죠.
팀장님은 단순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어서 모든것을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눈치 채신분도 있겠지만, 팀장님이 모든것을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메모하는 습관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부서는 IT 부서였기 때문에, 업무특성상 초기에 외워야할 것이 많았습니다.
각 장소별 네트워크 비밀번호라던지, 시스템 비밀번호, 세팅같은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외워야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팀장님은 입사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신입사원이 해야 할 업무의 디테일까지 대부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궁금한것을 잘 못 참는 성격인 저는 바로 팀장님께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사소한것 하나 하나 다 기억하시는거에요?"
팀장님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냥 다 메모 해놔, 원래 기억력도 좋은편이긴 한데 대부분 메모하면서 머릿속에 외워져"
여기서 결국 '팀장님의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거잖아'라고 하실분은 글을 그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그런분이라면 어차피 뒤에 어떤 내용이 오든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메모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정리에 취약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팀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그리고 다른 여러 일들을 하면서 일에서만큼은 효율성을 위해 메모를 습관화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팀장님의 메모하는 습관, 정리하는 습관을 잘 이용해서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은 경험이 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메모를 활용하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과학적으로 메모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없는분들은 바로 결론으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인간이 학습한 것중, 70%는 하루가 지나면 다 사라진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아시나요? 인간은 학습후 10분만 지나도 학습한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루만 지나도 70%의 학습량을 잊어버립니다. 여러분이 어떤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도, 강의를 들어도 하루만 지나면 기억속에는 30%만 남는다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메모를 할 이유는 충분하죠. 사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까지 안 가져와도, 여러분은 이미 경험을 통해, 여러분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과학적인 증거까지 가져와서 메모의 효과를 강조 하는것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번 더 메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은 맥락기억 체계를 가지고 있다.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개리 마커스가 쓴 책 클루지에 의하면, 인간은 맥락기억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맥락기억은 여러분이 기억을 꺼낼 때 단서를 가지고 범위를 좁혀나가면서 기억하는것을 말합니다. 예를들어 여러분이 갔었던 식당을 기억하려고 했을 때, 어떤 지역이었는지 범위를 좁히고, 어떤 사람과 함께였는지 등 단서를 가지고 하나씩 기억을 찾아간다는 것이죠.
하지만 맥락, 단서를 통해 기억을 찾아다니는 과정 중 단서가 정확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 단서들이 기억속에 겹치기 때문에, 기억의 혼선이 오는것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의 저장 방식과 비교를 하곤 하는데요. 컴퓨터는 인간과는 다르게 저장 공간, 주소만 있으면 데이터, 정보의 유실없이 완벽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컴퓨터의 데이터, 정보를 정확성만 가지고 비교 했을 때, 컴퓨터쪽이 훨씬 뛰어나다는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두 가지 근거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기억이 불완전하며,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기억능력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게 아니라, 인간의 기억은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지며, 장기로 갈 수록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리한 구조를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결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떠올려서 실천해나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리고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메모'입니다.
이제 제가 팀장님에게 흡수해온 것 2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1) 폴더링
제가 가장 먼저 흡수한 것이 폴더링입니다.
폴더링은 기준을 나누는것이 제일 중요하죠. 기준을 나누는 방법까지는 제가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년도/월별로 업무를 분류하거나, 업무 또는 자료의 종류(유형)별로 폴더를 분류 해놓는 것입니다. 폴더링은 로컬 PC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많이 사용하는 노션, 에버노트의 협업 툴에서도 중요합니다.
로컬 PC 폴더링 팁을 하나 드리자면 윈도우 기준으로, 폴더 이름 앞에 001, 002 등 번호를 붙이면 번호 순으로 폴더가 정렬되므로 중요도에 따라 번호 순서를 정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맥락기억과 컴퓨터의 저장방식을 비교했었는데요. 폴더링을 이용하면 우리는 '어느 폴더에 어떤 자료를 저장해놓았다' 까지만 뇌에 저장을 하면 되고, 그 내용은 컴퓨터가 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기억과 컴퓨터의 저장방식을 합쳐서 훌륭하게 이용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회의내용 메모
회의를 할 때 보통 체계가 있는 기업에서는 회의록이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회의록은 작성할 때는 정말 귀찮지만 회의록이 없으면 몇일만 지나도, '우리 회의 때 어떤 안건이 나왔었지?' 하면서 회의 내용을 다시 물어봐야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회의록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작성하면 머릿속에서 한번 더 정리를 해야하고, 일부 기억이 날라갈 수 있기 때문에 회의 때 바로 작성하는것이 낫습니다. 회의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선에서 메모를 하되, 정말로 중요한 내용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해를 구한 뒤 적어둡니다.
프로젝트 회의를 할 때도, 메모를 잘 해놓아야 여러번 회의를 했을 때 흐름을 잃지 않고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회의때 소중한 시간을 '저번시간에 뭐했더라?' 하면서 되짚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사실 정리하는 법, 메모하는법은 두 가지 말고도 많습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제가 말한 것 두 가지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중요한것이지, 메모를 하다보면 어떤 상황에 메모를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메모를 해야하는지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말한대로 누군가는 '누군가는 하겠지' 하며 회사생활을 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내가 해야지' 하면서 회사의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